코몽 프로젝트
작년 한해간 어르신들의 디지털 고립 (Digital Isola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글에서는 나와 친구들이 진행한 '코몽 프로젝트'의 과정을 담았다.
1학기부터 2학기, 처음과 끝까지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글이 다소 지엽적이고 개발보다 '운영', '팀 워크',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일기 형태의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https://www.comong.xyz
나에게 ‘서비스’란 무엇이었나
초등학교 때 블록 코딩 플랫폼 엔트리에서 게임 몇 개를 만들어보며,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했지만, 구글 프로그래머블 검색 엔진을 이용해 간단한 포털 사이트를 만들었다. 도메인과 서버를 사고, 야심 차게 TLS 인증서까지. 문제는 항상 같았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 누가 쓰지 않아도, 대시보드에 찍히는 숫자가 한자리, 두 자리여도, 완성해서 인터넷에 올려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며 자연스레 코딩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정보 영재원에서 아두이노와 C언어 등을 계속 배우기는 했지만, '서비스'라고 부를만한 것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방학이 돼서야 하루, 이틀 정도 투자한 간단한 파이썬 라이브러리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마저도 배포까지는 하지 않았다. 늘 혼자 만들어보고, 가족에게만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2025년, 중학교 마지막 학년에 오를 때 기회가 찾아왔다.
공동체 프로젝트 - 서비스를 론칭할 기회가 오다

내가 다니는 중학교에선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월드스쿨 MYP 교육과정의 일부로 '공동체 프로젝트 (Community Project)'를 진행한다. 매년 2~4명의 팀을 구성해 지역 사회 내에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여 연말에 발표까지 진행한다. 2학년이었던 재작년에는 학생들의 인권 의식 함양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단발성 행사로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중학교 3학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코딩이라는 주제를 살릴 기회가 찾아왔다.
프로젝트의 출발
3학년 처음부터 공동체 프로젝트를 코딩과 연관시킬 계획이었던 건 아니다. 사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과학이나 수학 관련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얘기되어 있었다. 그러다 다른 친구가 '청소년 수면 문제를 주제로 한 앱'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망설였다. 2년 간 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니 학교에서 '코딩 좀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앱이나 웹 서비스는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기획, 개발, 디자인, 그리고 팀 협업까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여태껏 혼자서 내키는 대로 기획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조용히 만든 프로젝트와 달리, 이건 여러 명이 끝까지 가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바로 내가 찾고 있던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미래에 바라는 최종 목표인 'IT 스타트업 사업가'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만 같았다.

5월에 팀이 최종적으로 편성되고, 약 2주 남짓 주제를 정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대상을 어르신, 청소년, 환경 셋 중 하나, 해결방안은 코딩으로 고정해 놓고 세부적인 주제를 논의했다. 수면, 젠더 이슈, 새로운 AI 서비스, 가난, 빈곤, 환경오염 등등..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해 보았다. 최종적으로는 어르신분들을 위해 코딩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6월: 첫 프로토타입
앞서 언급했던 프로젝트를 제의해 준 친구, 그리고 나의 친한 친구와 나 셋이서 같은 팀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밥 먹듯 프로그래밍했기에, 코딩은 내가 도맡고 둘은 프로젝트 운영과 미디어 편집을 맡았다.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있었던 1학기 지필고사를 마무리하고, 그 주 일요일에 앱의 뼈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둘 다 개발해야 했기에, 풀 스택 웹 프레임워크인 Next.js를 사용하기로 정했다. 시간이 촉박했고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했기에, (물론 나는 싫어하는 말이지만) Vibe Coding처럼 Firebase Studio를 사용해서 스케치했다.

기본적인 프론트앤드 디자인은 제미나이가 해주고, 백엔드 절반 정도와 디버깅만 내가 진행했다. 스케치로 이 정도의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작은 충격을 받으며…. 라이브러리 문서와 스택 오버플로를 뒤지며 기능 하나 구현에 한 시간을 소모했던 초등학교 시절 김세은이 불쌍해졌었다.
이후 '유용한 기능'과 iOS에서는 프로파일 설치, 안드로이드에서는. apk 다운로드로 설치할 수 있는 웹 앱도 만들어보며 경로당에 가서 홍보드릴 생각에 팀원들과 싱글벙글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시 준비, 그리고 뒷전이 된 프로젝트

남은 수행평가 마무리, 체육 대회, 과학 축전 등의 학교 행사를 지나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1학기가 끝나기 전, 여름방학 3주를 활용하여 만나서 경로당에 가자고 팀원과 얘기되었었다. 하지만 이때쯤에 과학고등학교에 관심이 생겨 입시 학원을 알아보았고, 매일매일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수업에다 물리·화학·생물·지학까지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한편, 7월 25일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CP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바쁜 건 나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친구들도 과고, 특목고를 준비했기 때문에 방학은 우리에게 학교가 학원으로 대체된 기간이었을 뿐이었다.

담당 선생님들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개학이 3일 남았을 때, 도저히 시간이 맞춰지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게 (Action) 숙제였던 우리는, 다급하게 줌 회의 하나 열어서 땜질을..

그러다가 진짜 Action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담임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결혼식에 초대해 주셨고, 식이 시작되기 약 세 시간 전, 근처에서 짧은 활동을 진행해 보자는 계획이 자연스럽게 잡혔다.

하지만 현실은 늘 계획보다 먼저 도착한다. 전날 복지관에 확인 전화를 드렸고, 외부 팀의 현장 활동은 받아주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지금 글 위에 있는 인증 사진은 사실 그 이후에 찍은 것이다. 활동을 했다고 속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최소한의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다시 초심으로,
9월 초에 마지막으로 만나고, 매주 월요일마다 찾아오는 공동체 프로젝트 시간에는 딱히 성과가 없었다. 10월 말 2학기 지필고사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재개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1차 면접도 마무리, 수행평가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12월에 있을 발표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진행하자는 태도를 다시 가져보았다.

핼러윈 (10월 31일)에 아파트 경로당에서 팀 편성 이후 반년만에 활동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종이 치자 마자 4시에 경로당에 도착했다. 40분가량 할머니분들께 인사드리고, 한 분 한 분마다 앱 소개드리고 인터뷰를 찍는 과정을 거쳤다. 소개드린 서비스 이용해 보기

이때 난관에 부딪혔다. '많은 기능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도와드리자'는 목표는 취지는 좋았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하루 시작과 회고, 오늘의 운세, 유용한 기능, 채팅방, AI와 대화까지. 많은 기능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스무 명 남짓 분들께 소개해 드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어르신들께 스마트폰은 앱을 이용하는 기기가 아니라, 전화와 카카오톡 도구에 가까웠다.
따라서 우리는 2회 차 세션을 준비하며, 빼기(Subtracting)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능을 세분화 및 단순화하여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다시 찾아오자고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눈높이! 코몽오목
코몽오목 - 손쉽고 간단한 오목 게임
간단한 입문용 오목 앱, 코몽오목! 쉬운 조작이 가능합니다. 혼자서 인공지능과 플레이하거나, 두 명이 함께 한 대 또는 두 대의 스마트폰으로 오목을 두세요.
comong-omok.vercel.app
앞선 활동을 통해 가장 분명하게 느낀 점은, 서비스의 완성도보다 사용자의 눈높이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고민했던 Firebase 데이터베이스나 Genkit 모듈을 어떻게 사용할까? 등의 기술적인 구현은 실제 사용자에게는 알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설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가, 즉 사용자 경험이었다.
경로당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르신들이 화투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으셨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오목’이었다.
회원가입이 필요 없고, 복잡한 메뉴도 없으며, 화면을 켜는 순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게임. 버튼의 수를 최소화하고, 조작 방식도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대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저번에는 플랫 디자인을 중점으로 두었었다면, 이번 차례에선 '어르신들이 누를 수 있는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버튼에 그림자를 추가하고, 돌을 두면 '딱' 소리가 나게 구성했다.

또 이 서비스를 만든 이후 경로당에 가기 전에, 우리 학교 친구들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격의 체험을 진행했다. 나름 괜찮은 반응에 더 자신감을 얻고, 경로당에 한번 더 찾아갔다. 이전보다 확실히 잘 이해해 주시고, 즐기시는 게 느껴졌다.

한번 더! 코몽운세와 코몽퀴즈로 세 번째 방문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월 중반에 서비스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12월 1일에 당일에 약속을 잡고 한번 더 방문했다.
학교 CP 시간에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오늘 방문할 건지에 대해 대화가 오갔다. 4시간 만에 계획하고 1시간 만에 준비해서 경로당에 간다는 어이없는 생각, 놀랍게도 해냈다.

코몽퀴즈 (Comong Quiz)는 두뇌 활성화를 목표로, 닌텐도 스위치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과 언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 (Duolingo), 선생님들이 쓰시는 Kahoot 플랫폼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하루 3개 퀴즈 서비스다. 4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맞히고, 맞힌 문제 개수마다 꽃을 얻어 정원을 가꾸는 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 요소도 도입했다.

코몽운세 (Comong Luck)는 Gemini 2.5로 긍정적인 운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이다. 좋은 운세가 좋은 하루를 보장한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운세 덕에 활기찬 기운을 얻으면, 그날이 실제로 좋아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어르신들이 이 서비스를 가장 좋아하셨기도 하다.

온 가족 X (트위터), CoMemory
마지막 프로젝트와 발표 PPT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서, 진짜 마지막 (찐막)으로 하나만 더 해보고 싶어, X (Twitter)와 Threads를 레퍼런스 한 SNS 서비스를 만들었다.
경로당에서 소개해드리지는 못했지만, 후술 할 성과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았다.

최종 발표와 마무리
크리스마스이브에 학교 대강당에서 학생, 학부모, 외부 인사 분들을 초청하여 '공동체 프로젝트 성과 발표회'를 진행하며, 약 8개월에 거친 이 프로젝트와 서비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100% 영어로 진행된 발표기에 조금 떨기도 했지만, 나름 만족할만하게 스피치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마치며
한해, 공부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영역에서도 많이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존 서비스들은 혼자 만들어보는 것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실제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또 친구들과 여정하듯, 중간에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이겨내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모둠원들에게 고맙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코몽 웹 사이트와 서비스들은 내리지 않고 보존할 계획이다. 더 이상의 기능 추가나 홍보는 없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접속해서 구경해 보면 중학교 때 노력했던 게 생각나지 않을까?
다른 앱이나 웹 페이지를 개발하지 않으면, 이 글이 10대 마지막 글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코딩은 언제나 재미있기 때문에 공부도 중요하긴 하지만, 올해나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앞으로는 다음 프로젝트와 글을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